`시계 판매왕`, 자체브랜드로 수출 나선다
제조까지 뛰어든 우림FMG 김윤호 사장
20년간 총 260만개 판매
작년 40만개…年 매출 2000억
스톤헨지 등 5개 독자 브랜드
스위스 시계업체 인수도 추진
어린 시절 아버지는 그의 곁에 없었다. 야당의 거물 정치인이었던 아버지(김상현 민주당 상임고문)는 신문이나 TV에서 더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빼앗아간' 정치가 싫었다. 아버지 역시 "하고싶은 걸 하라"고 말할 뿐 '엘리트 정치인 코스'를 밟을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성실한 데다 아이디어도 많았던 아들은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경희대 영문과 재학시절 동대문시장 인근 빈 점포를 한 달 반 동안 빌린 뒤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아 6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릴 정도로 장사에 소질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1500만원을 들여 1989년 서울 양재동에 자그마한 사무실을 차렸다. '보시니''세레나' 등 해외 중 · 저가 시계를 수입 ·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든 것.'언젠가 시계도 패션 아이템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20여년이 지난 지금,'정치인의 아들' 김윤호 우림FMG 사장(50 · 사진)은 '대한민국에서 시계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사람'이 됐다. 김 사장이 지금까지 판매한 시계는 260만개에 달한다. 작년에만 약 40만개를 팔았다. 연 매출은 2000억원(소비자가격 기준).D&G 폴스미스 휴고보스 페라가모 베르사체 타이맥스 등 30여개 브랜드를 수입해 백화점 시계 편집매장인 '갤러리어클락'과 '오롤로지움' 등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직접 만든 보석 브랜드인 스톤헨지도 거느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 최고 시계로 꼽히는 파텍필립의 서울 강남 딜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10만원짜리 타이맥스와 1개에 수천만~수억원에 이르는 파텍필립을 한 딜러가 운영하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입 · 판매를 넘어 시계 제조 및 수출사업에 나선 것이다. 7일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수많은 시계를 팔면서 쌓은 노하우를 앞세워 최근 시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며 "얼마 전 선보인 '스톤헨지' 시계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4~5개 시계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림FMG는 패션업체처럼 상품 기획 및 디자인만 직접 한 뒤 생산은 시계줄,문자판,케이스,무브먼트(동력장치)별로 국내외 전문 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무브먼트는 스위스 론다와 일본 시티즌 제품을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1호 자체 개발작'인 스톤헨지는 시티즌 무브먼트를 썼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25만~35만원)이 강점이다.
김 사장은 "3~4년 뒤 스톤헨지 보석과 시계를 들고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라며 "계획대로 되면 '해외시계를 수입하는 업체'에서 '우리 브랜드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림FMG만큼 '어떤 스타일의 시계가 잘 팔릴지'와 '어떻게 하면 시계를 더 팔 수 있는지'를 잘 아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동남아와 중국은 시계 디자인에 대한 취향이 우리와 비슷한 데다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100년 안팎의 역사를 지닌 스위스 시계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지금은 별다른 실적을 못내고 있는 브랜드를 손에 넣은 뒤 50만~100만원 가격대의 '티쏘'급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패션 브랜드와 시계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이들 브랜드로 시계를 만든 뒤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방안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브랜드는 루이까또즈.우림FMG는 자체 제작한 루이까또즈 시계를 내년 1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현재 일부 명품 브랜드 본사와 시계 부문 라이선스를 따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2015년까지 자체 제작한 시계 매출을 1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체 매출 3000억원을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계 판매왕`, 자체브랜드로 수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