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건의 Style & Story] 기본이 곧 혁신…스타일 원칙주의자 톰 포드
스타일 아이콘 따라잡기 첫 번째
아무리 패션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구찌(GUCCI)’라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모르는 한국 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4년 파산 위기에 처해 있던 그 당시 구찌를 현재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시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바로 ‘톰 포드’다. 톰 포드는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광고·홍보·매장 전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클래식한 구찌를 파격적일 정도로 섹시한 이미지로 진화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부임한 첫해 영업 수익이 3150만 달러에서 1억2000만 달러로 증가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은 그가 만든 구찌를 앞 다퉈 입었고 시상식에서 ‘구찌! 구찌! 구찌!’를 외쳐대던 팝스타 마돈나는 톰 포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10년 넘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그는 YSL(이브생로랑) 디렉터로서 막바지 3년을 보내고서야 구찌그룹을 떠났다.
톰 포드를 스타일 멘토로 추천하는 이유
솔직히 구찌를 떠난 톰 포드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다였다면 굳이 톰 포드를 한국 남성들에게 스타일의 멘토로 삼으라고 추천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후 잠시 패션계를 떠나 있던 톰 포드가 ‘싱글맨’이라는 영화를 들고 돌아왔을 때, 이미 존재하는 것만을 훌륭하게 재조합할 뿐이라는 세간의 의심과 불신을 그는 여지없이 깨부쉈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배우를 꿈꿔 왔고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의 영화 ‘싱글맨’은 동성애자인 주인공 남성이 연인이 죽자 슬픔에 빠져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하루를 그린 영화로, 감각적인 영상과 톰 포드 컬렉션의 토털 패키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모든 화려한 것을 표현하는 최우선의 요소는 편안함과 단순함’이라는 자신의 패션 철학을 영화에 투영해 독특한 미학을 창조했다.
항상 완벽하게 떨어지는 옷 입기와 스타일만을 고수하는 톰 포드는 패션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척 엄격하다. “난 아무거나 걸치고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내 자신이 바로 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모델이고 그것이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로서의 의무니까요.”
또한 구찌 시절,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단 한 장의 사진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속에서조차 언제나 정확하게 계산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는 그 자체로 품위가 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너무 인간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패션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해 심지어 예의가 없는 일부 남성들에게도 톰 포드는 분명 좋은 귀감이다.
한 인터뷰에서 톰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들에겐 여성들만큼 많은 옷이 옷장에 있을 필요는 없죠. 남성의 옷장에는 진한 색 슈트와 블레이저, 청바지, 멋진 구두와 시계 그리고 턱시도 한 벌이면 되죠. 이것들만 옷장에 있다면 저녁식사에도,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어요.” 우리 남성들이 한 번 곱씹어 새겨들을 만한 얘기다.
지난해 세기의 커플이라는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혼식에서 신랑 장동건이 선택한 의상은 역시나 톰 포드의 턱시도였다. 톰 포드는 옷을 만들어 브랜드를 구원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을 소통하며 뷰티 분야까지도 멀티태스킹하면서 시대를 풍미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년 뒤에 다가올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천으로 만든 옷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의 ‘태도’에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일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기본이 곧 혁신…스타일 원칙주의자 톰 포드
[스폰서 링크] |